일상의 낙서/웃기는 비극

안좋은 추억이라지

푸리아에 2004. 3. 12. 03:18

Mr.Blog...

지금은 아니지만 예전에는 철썩같이 믿었던 얘기 있나요?
블로그씨는 무조건 잘 먹으면 쑥쑥 큰다는 말을 믿은게 잘못이였어요.


글쎄. 철썩같이 믿었던 얘기라.

내 삶의 첫번째 배신감은 설날에 받았던 세뱃돈이었던걸로 기억해.
친척이 많은 편이라 설날은 돈이 꽤 많이 생기는 날이었거든.
스케쥴표(그 어린나이에 -_-) 작성해서 친척집 돌아다니면 30~40만원은 거뜬했었어.

우리집만 그런건지 다른집도 그러는건지 (아마도 다 그렇겠지) 세뱃돈을 받으면 엄마가 하는 말이 있잖아.
"돈을 그렇게 가지고 있으면 잊어버릴수도 있고 나쁜 사람들이 뺏어갈수도 있으니까 그 돈은 엄마가 저축해둘께"
그때만 하더라도 순진했던 난 엄마한테 돈을 고스란히 주고 평소 갖고 싶었던 장난감을 살까말까 하는 고민을 하며 함박웃음을 지었었지.

몇일이 지난 뒤 마침내 난 장난감을 사기로 결정하였고 엄마한테 돈을 달라고 했어. 장난감을 사야겠다며....
엄마는 내 요구에 당황한듯 움찔거리더니 갑자기 나에게 화를 냈어.
내가 너를 그렇게 키웠냐며. 엄마의 관리능력을 믿지 못하는 것이냐며.
도대체 관리능력하고 장난감사게 돈달라는거하고 무슨 상관이 있는건지는 아직도 의문이야 -_-;

난 엄마한테 혼이 나는것만으로도 내가 엄청 잘못했다고 생각했고 장난감사게 돈 달라는 말은 더이상 하지 못했지.
하지만 몇년후 난 깨닫게 된거야.
그것은 엄마가 자식을 상대로 사기를 친 것이라는걸.
내가 가족에게 앵벌이로 이용되었다는걸 그 어린 나이에 어떻게 상상이나 하겠어? 그치?

이런 상황이 되자 난 고민을 하게 되었지.
동화책에 나왔던 나쁜 마녀가 혹시 우리 엄마 일까?
콩쥐를 괴롭히던 그 새엄마가 우리 엄마 였던 것일까?

두가지 보기 중에서 난 새엄마 라는 답을 선택했어.
엄마는 빗자루를 날 때리는 가격용도로만 사용했고 비행용도로는 사용하지 않았거든 -_-

나쁜 새엄마라고 멋대로 판단해버린 나는 아부지한테 눈물로 호소했어.
나쁜 새엄마 따윈 버리고 좋은 새엄마와 살자고.
내 눈물어린 호소를 들은 아부지는 껄껄껄 웃을 뿐이었지.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좋아서 웃었던것 같아 -_-;;;)
입이싼 울아부지는 그걸 그대로 엄마한테 일러받쳤고 난 다시 빗자루가 뿌러질때까지 맞았었지.

이게 나의 어릴적 철썩같이 엄마를 믿었던 삶의 결과야.
블로그씨. 타인을 너무 믿지는 마. 나처럼 돼 -_-;

P.S : 사고 싶었던 장난감. 몇년후 참고서 산다고 돈 삥땅쳐서 샀어 ^_^ (씨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