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후기/영화

범죄의 재구성

푸리아에 2004. 7. 5. 23:17


난 사기치는 영화를 참 좋아한다.

재미없는 영화를 재미있는척 과대 마케팅을 해서 관객을 기만하는 그런 사기 말고,

감독이 사기꾼이 되어 시나리오 라는 수단으로 관객의 뒤통수를 치는 그런 통쾌한 사기 영화말이다.


안타깝게도 그동안 1000만 관객을 동원했다며 한국영화의 양적비대에 감탄하는 오바스러운 뉴스가

들릴때도 우리에겐 제대로된 범죄영화가 없었다.

근데 조금은 미숙하지만 그래도 상당히 느낌좋은 사기 영화를 보게 되었다.


퍼즐 처럼 들어맞는 시나리오와 실감나는 대사도 마음에 들지만,

무엇보다도 박신양의 연기캐릭터가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것 같아 앞으로 그의 영화 발걸음에 기대를 걸어보고 싶을 정도다.

천호진과 백윤식의 연기는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좋았고 ..


좀 아쉬운건,

박신양의 형 역할을 박신양을 분장시켜 하기 보단 차라리 느낌이 비슷한 다른 배우를

찾아서 했더라면 오히려 극중 몰입이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하는 점과,

김선생 이라는 캐릭터가 후반부로 흘러갈수록 힘이 약해진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우리도 오션스일레븐에 버금가는 사기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날이 머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청신호 같아 가슴이 설레여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