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낙서/삶의 기억들

스승의 날이다.

푸리아에 2004. 5. 15. 03:23

1.

 

초등학교 2학년 때 였다.

그땐 급식제도가 있었는데 점심시간에 우유와 빵을 줬던걸로 기억한다.

주번은 점심시간 10분전에 교무실 앞에 쌓여있는 우유와 빵을 박스안에서 꺼내 자신들의 반에서 신청한 수 만큼 꺼내가야 했다.

내가 주번이었던 일주일동안 난 그걸 꼬박꼬박 챙겼었다.

 

하지만 주번의 마지막날에 급식 타오는걸 깜빡했었다.

급식을 타러 가던 중 다른 선생님이 심부름을 시키는 바람에 심부름을 하다가 잊어버렸었던걸로 기억한다.

 

아이들은 내가 급식을 갖다 주지 않아서 그날 점심을 굶어야 했고,

난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담임 선생님의 분이 풀리실 때 까지 따귀를 맞아야 했다.

 

 

2.

 

우리 엄마는 내 소풍날이면 항상 김밥도시락을 두개 싸 주셨었다.

하나는 내가 먹을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담임 선생님을 갖다 드리기 위함이었다.

중학교 진학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소풍 전 날 엄마가 많이 아프셔서 김밥을 못 싸주셨다.

 

하지만, 선생님들 사이에서 내가 김밥을 가져올거란 소문이 있었나보다.

전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미리 귀뜸을 해줬었겠지.

 

출발 시간이 되고 친구들과 고속 버스에 오르자 선생님은 나에게 김밥을 달라고 했다.

가방안에다 그냥 두면 상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하면서 ...

난 김밥을 못싸왔다고 했고 선생님은 표정이 굳어졌다.

 

소풍예정지에 도착하고 버스에서 내릴 때 선생님은 조용히 나에게 이런말을 했었다.

"너가 나는 선생님으로 생각 안하나보구나.

 전 학년 담임선생님께는 김밥 싸다 드리고 나는 무시하는걸 보니 .."

 

선생님께 자초지종을 말씀드렸었지만 선생님의 화는 풀리지 않았고

학년 내내 나를 바라보던 선생님의 눈은 차갑기만 했다.

 

그뒤로 난 절대 소풍갈 때 김밥을 싸가지 않았다.

 

 

3.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년 정도 후였을 꺼다.

난 집안문제로 고민을 많이 했었다.

내가 할 수 있는것이 아무것도 없다는것에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다.

내가 그렇듯 친구들도 모두 어린터라 내 고민을 상의할 수가 없었다.

 

결국, 내 머리에 떠오른 해결의 단어는 '선생님' 이였다.

가정문제라는것이 금전적 문제도 포함이 된것이라 내 주머니엔 달랑 천원 밖에 없었다.

그래서 난 오랜만에 뵙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선물을 사갈 수 없었다. 

 

선생님은 내 얼굴을 봤을 때 반가워 하셨었다.

하지만, 내가 빈손임을 알고 얼굴을 찡그리시는 선생님의 얼굴을 보게되었을 때

알수없는 부끄러움이 밀려와 내 얼굴은 붉어졌었고

난 내 고민을 말하지도 못한 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스승의 날이다.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