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낙서/삶의 기억들

잠꼬대

푸리아에 2006. 10. 15. 22:40

가을 타나 봐요.
평일엔 정신없이 일하고 조금 널럴한 주말이 오면 마음 한구석이 뻥 뚫린듯이 공허하네요.
영화, 담배, 술, 블로그도 그다지 위로가 되어주질 못하고 있어요.
2년전 10월과 1년전 10월엔 여행을 떠났었어요.
떠날때의 마음은 늘 한가지 였죠. 근사한 바다가 보고 싶다.
아쉽게도 이번엔 그러질 못했네요. 마음먹으면 주말에 갈 수도 있었겠지만 그냥 그러질 못했어요.
주말이면 꼼짝하기도 싫어서 다 녹아버린 초 처럼 바닥에 늘러붙어 있어요.

어릴적 친구녀석에게 전화가 왔어요.
4년만인가 5년만인가.
결혼 한다네요.
결혼 할때쯤 되니까 보고 싶어진건지 아니면 그저 결혼식장을 메꾸어줄 사람이 필요한건지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제 마음도 모르겠어요.
그녀석의 결혼을 축하해주러 가는건지 아니면 그저 한사람의 숫자로 메꾸러 가는건지.
우정이란 단어에 대한 믿음이 깨어지고 있어요.

치매인가 봐요.
자꾸만 중요한걸 잊어버려요.
약속이나 약속한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치 않는건 아닌데 자꾸만 잊어버려요.
그래서 미안한 일이 계속 생기네요.
지하철 오갈때 휴대폰으로 고스톱이라도 쳐야겠어요.

출퇴근 할 때 만화책을 봐요.
베가본드, 20세기 소년, 벡, 권신, 간츠 등등.
직장 동료들은 의아하게 생각해요. 그러더니 이렇게 말해요.
"아. 스트레스를 그렇게 푸는거구나."
난 그저 만화가 좋을 뿐이에요. 배울만한 것들도 많구요.

다음주도 정신없겠네요.
다음주도 공허하겠네요.

즐거운 술자리와 음악이 필요해요.
그리고 그에 어울리는 사람들도 필요하고.

어때요? 술 한잔 하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