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과 영향

회사는 국회의사당이 아닙니다.

푸리아에 2007. 1. 22. 22:04
요즘 일을 하다보면 참 웃긴 상황이 발생합니다.

A와 B는 둘다 제 상사입니다.

A는 일을 벌리기 좋아하며 추진력이 있고 여러 사람과 친하게 지내는 캐릭터 입니다.
B는 프로세스 중심의 업무 방향을 좋아하며 내성적이고 특유의 고집같은 것이 느껴져서 이 사람은 어떤걸 맡겨놔도 꾸준히 할 것 같습니다.

입사 당시 전 A에게 업무에 대한 프로세스를 배우고 보고 체계를 세우도록 지시받았습니다.
그래서 A와 친해지고 업무에 대한 포부와 진행 계획을 공유하며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만은 회사 내부에서 어떤 얘기가 오고 갔는지 어느날 갑자기 제 상사가 B라고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일은 A와 진행해야 될 것이 많았으며 B 역시 그것에 대해 별다른 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보니 보고 체계가 애매모호해 졌습니다.

일은 A와 하면서 보고는 B에게 한다? B는 그 업무를 전혀 하지도 않는데? 심지어 B는 내가 하는 일에는 관심조차 없고 묻지도 않는데? 라는 생각이 제 머릿속에 자리잡게 됐고 보고 라인이 A로 갔다가 B로 갔다가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여기까진 제 잘못입니다.
이유와 상황이 어찌됐건 전 B에게 보고를 해야 하는게 맞으니까요.

근데 A와 B의 사이가 알게모르게 소원해진겁니다.
A가 일을 워낙 저돌적으로 하다보니 눈에 띄게 됐고 고속 승진을 했거든요.
그랬더니 B가 위기의식을 느꼈는지 A를 견제 하기 시작합니다. A가 하는 일엔 사사껀껀 딴지를 걸기 시작합니다.
A의 입장에선 속이 부글부글 끓을 수 밖에요.

게다가 갑자기 C가 등장합니다.(넌 또 뭐냐)
저에게 제 업무 보고 라인은 B니까 똑바로 하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A의 험담을 합니다.
B는 옆에서 동조합니다. 자신이 많은걸 이해해주고 있는 것 처럼요.
저보곤 줄 잘서라는듯한 뉘앙스의 말 들을 합니다. 회사에서 일 더하려면 그런게 필요하다고 합니다.

조그마한 부서에서 몇명 되지도 않는 인원이 파워게임을 하고 있는 형국이에요.
직장이 국회의사당도 아닌데 매일매일 9시 뉴스 보는 기분입니다.

되지도 않는 머리들로 정치 흉내 내는걸 보니 코웃음만 나옵디다.
전 분위기에 어울리도록 머리에 빨간띠 두르고 깃발 휘두르면서 야근 수당이라도 쟁취할까요.

일 하라고 있는 곳에선 제발 일 좀 합시다.
안그래도 잡다한 일 때문에 골치 아파 죽겠는데 옆에서 쓸데없는 잡음 내지 말고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좀 해주세요.
그렇게 파워게임 해봤자 나이 생각하면 길어야 5~6년 회사 다니는건데 적 만들지 말고 즐겁게 회사 다니는게 좋지 않겠습니까? 예?
조그마한 땅떵어리에서 반 쭉 갈라 숨 쉴 틈도 없이 찡겨 사는것도 서러운데 그 안에서 지역감정으로 편가르고 정치로 편가르고 이젠 회사 내에서까지 파워게임 한다고 편가르면 대한민국을 연방국가로 만들 속셈이냐?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