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속 세상

여행과 두려움

푸리아에 2008. 3. 2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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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늘을 받치고 있는 것일까요.

바다속에 가라앉으며 구해달라는 손짓일까요.

같은 사물을 바라보더라도 생각하기에 따라, 겪고 있는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이 되겠지요.

2.

비 오던 밤,

충분한 불빛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이지 않던 차선들은 저의 마음을 꽤나 불안하게 만들었었어요.

비가 오면 보이지 않는 차선들에 대해 한국도로공사의 별다른 대처가 없는 것도,

비가 오면 더욱 선명하게 보여지는 도료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기술력도,

어리숙한 운전 솜씨를 가리려는 핑계거리에 불과함을 알기에 불안했었지요.

3.

속초 → 영덕 → 포항 → 경주 → 변산반도 → 천안을 헤매다가 돌아왔어요.

무작정 바다를 보러가야겠다는 마음만 가지고 떠났던 것이었는데,

떠나자마자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 우왕좌왕 하기만 했던 모습이 영 성에 안차네요.

그래도 우리나라에도 세계의 유명 관광지 못지않은 아름다운 풍경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포항과

참으로 달콤하게 느껴졌던 경주의 황남빵 덕분에 이번 여행은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4.

이번 여행에서 깨달은 나의 모습은 갖고 있는 현찰이 얼마 없음에 느껴지는 가난 보다는

조그마한 고생조차 싫어하는 가난한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5.

여행지에 도착해서 느껴지는 낯설음은 어떤 일이 벌어질까에 대한 기대감을 줬었는데,

이번엔 왠지모를 두려움이 느껴졌었어요.

그렇게 무서워하던 밤바다 보다 예쁜 빛을 반사하는 낮의 바다가 무섭게 느껴졌었구요.

시간이 흐를수록 용기는 줄어들고 겁이 늘어나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