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과 영향

블로그를 향한 시선

푸리아에 2008. 11. 16. 22:27

블로그에 글을 쓴다는 것이 시간이 가면 갈수록 어려워집니다.
시간적인 여유를 말하고자 함이 아니라 글을 쓴다는 것의 목적에 부합하는 표현과 방법이 적절한가에 대한 물음 때문이지요.

사람이 글을 쓴다는 것은 참 지극히도 주관적이 되어버릴 수 밖에 없는데, 타인에게 보여주어야 하는 사실은 객관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몇달전 문화일보의 기사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노무현 前대통령의 세종대왕함 진수식 축사에서 언급한 "정말 이 좋은 배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냐 곰곰이 생각도 해보았다" 라는 말을 인용하며, "노무현 대통령이 함대의 유용성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것"처럼 기사를 작성했기 때문이었죠.
분명 노무현 前대통령은 위의 말을 축사에서 언급했지만 전체적인 맥락에서의 문장의 뜻은 평화를 지향하는 대한민국에서 강력한 전투함을 가져야 할까 고민도 되었지만 평화를 지키기 위해선 꼭 필요한 배이기도 하다 라는 메시지를 전달 하기 위해 꺼낸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의심없이 받아들인 독자의 머릿속엔 안보의식 없는 대통령으로 자리잡겠죠.
이미 조중동에서 친북빨갱이좌파 라는 꼬리표를 일부 구독자들에게 주입시킨 상태니까요.
축사 자체가 동영상으로 녹화된 대통령의 일상도 주관적인 목적을 가지고 전체 팩트를 무시한 채 일부분만 가지고 이야기를 하면 저렇게 둔갑될 수 있는데 개인이 작성하는 글이야 오죽할까요 :)

어떤 사실과 그 사실을 전달하기 위한 말은 쉬운것 같으면서도 어렵습니다.
그리고, 독자가 그것을 받아들이고 판단하는 것 또한 쉬우면서도 어렵습니다.

몇년동안 영화 후기랍시고 이야기하며 써온 글들을 읽고 들었던 생각은, 내가 재미없다고 표현했던 영화들이 과연 다른이들에게도 정말로 재미 없었을까? 하는 의문점이었습니다.
하나의 영화를 보며 느끼는 감정들은 개개인이 겪어온 인생과 경험이 맞물려 느껴지는데, 제가 겪어온 것들과 그들이 겪어온 일들이 100% 일치할수는 없음에도 불구하고 단호하게 결정지어 버린게 아닐까 하는 물음.
과연 읽는 이들이 내가 쓴 글을 단순 참고용으로만 활용할지, 재미없다고 믿어버리고 영화를 보지않기로 결정했을지는 읽은 이들만 알겠지만 전 그러한 의도로 작성한 글이 아니었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랄까요.

결국 이 불안감은 저만 갖고 있는 것이겠지요.
제 블로그에 자주 오시는 분들은 제 글의 스타일을 참고하시거나 친하다고 생각하셔서 제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주실테니까요.
먼 훗날 제가 재미없다 평가한 그 영화의 제작자나 관계자들이 제 글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할 지에 대한 불안함과 미안함은 그래서 제 몫이 될 수 밖에 없을겁니다.

애초에 블로그를 시작한 목적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커뮤니티를 위한 미디어 였는지. 미디어를 위한 커뮤니티 였는지. 아니면 그냥 커뮤니티 였는지, 그도 아니면 그냥 미디어 였는지 ..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에게도 묻고 싶군요.
과연 당신이 시작하기로 마음먹었을 때의 그 블로그는 무엇이었는지를 ..
그리고 블로그를 통해 무엇이 되기 원하는지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