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낙서/웃기는 비극

치과 의사님들께 부탁 좀 드릴께요

푸리아에 2006. 2. 4. 00:48
요즘 제가 치과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충치가 몇개 생겨서 아픈거 참고 참다가 (병원을 무지 싫어합니다.) 결국엔 도살장 끌려가는 소 마냥
축 처진 모습으로 병원을 다니는거죠.

병원에서 증상을 얘기하고 치료비용 상담하고 치료를 받기 위해 치료대(이걸 무엇이라고 해야하나요?)에 누워있으니까 예쁜 간호사가 제 입안 곳곳 사진을 찍더라구요.

17인치 LCD 모니터에 총 16장의 제 입안 사진이 나옵디다. -_-;
그리고 의사선생님이 오셔서 사진을 보고 흠칫 놀라신 다음 한숨한번 내쉬고 제 입을 벌린 후
입을 계속 벌리고 있도록 고정대를 설치하시더군요.

그리고 마취 주사를 2대 놓습니다.

여기까진 일반적인 치료 과정이죠.

치료를 시작하시려던 의사 선생님.. 갑자기 핸드폰이 울리더군요.
통화하십니다. 전 입을 벌리고 침 좔좔 흘리며 누워있고, 간호사들은 제 머리맡에 옹기종기 서서 구경하구요 -_-
겨우 통화가 끝났습니다.

다시 치료를 시작하려던 순간 전화가 또 옵니다.
개인적인 일에 뭔가가 잘 안풀리시는지 싸우십디다. 내가 잘했네 니가 잘못했네 화도 내십디다.

15분정도 통화하시더군요.

전 여전히 침흘리고 있습니다. 17인치 LCD엔 여전히 제 입이 적나라하게 보이구요.
민망하기도 하고 화도 났습니다. 하지만 표현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치료를 더 아프게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어서죠.(전 소심하니까요~)

다행히 더이상 전화가 오지 않아서 치료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똑같은 상황이 또 발생했습니다. -_-;;
인기인이신가 봅니다. 전화도 참 자주 오십니다.
저녁엔 대학동창과 술자리가 있으시군요. 즐거워 보이십니다.
전 여전히 먹음직스런 고기를 앞에 둔 맹수마냥 침흘리고 있었구요.

치과 의사선생님들.
환자가 대기하는 상황에선 정말 급한 전화가 아니라면 치료부터 해주셨으면 합니다.

의사선생님들도 사람이고 꼭 받아야 할 전화가 있다는걸 부정하는건 아닙니다.
하지만 긴급한 전화도 아니면서 잡담으로 10분넘게 통화를 하시면 기다리는 환자는 불안하기만 합니다.
내가 병원을 잘못고른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말이죠.

문자메시지라는 좋은 기술이 있잖습니까.
내가 지금 환자를 치료중이니 약속장소를 문자메시지로 보내달라고 하면 통화도 짧게 끝날 수 있고,
약속장소도 잊어버릴 일 없고 일거양득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환자도 민망하지 않고 말이죠.

살면서 또 치과 신세 질 일이 생기면 이런 일은 다신 없으면 좋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