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과 영향

조재진 선수의 아픔과 인터넷 댓글 문화

푸리아에 2006. 6. 1. 05:44

뜬금없는 서두 입니다만 전 이동국 선수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경기 중 이동국 선수의 포지셔닝이나 순간 판단력, 전체적인 경기의 흐름을 바라보는 관점이 별로라는 생각이 들어서였죠.
이건 어디까지나 대한민국 국가대표 축구선수단의 스트라이커를 바라보는 팬의 기호일 뿐입니다.
그리고 이 기호의 문제는 동의를 하시는 분도 있으실테고 무슨소리냐. 말도 안된다. 내가 바라보는 이동국 선수는 이렇다. 라고 말하시는 분도 계실테죠.

선수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잘하던 못하던 이동국 선수는 무릎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안고 대표팀을 떠났습니다.
이는 열심히 노력하는 자를 바라보는 사람의 관점에선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무릎 십자인대 파열은 회복기간도 오래걸릴 뿐더러 고통도 상당합니다.
얼마전 제가 교통사고로 무릎 십자인대 부분 파열을 당해서 압니다. 제대로 걷는데만 6개월 걸렸습니다.
일반인도 이런데 하물며 축구 선수가 완치라는 말을 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습니까.

다음에 놀러갔다가 조재진 선수가 하지정맥류라는 병에 걸려있다는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링크 - 조재진 선수의 다리..눈물납니다. - AzureBlue님)

하지정맥류는 다리의 혈액순환에 이상이 생겨서 정맥혈관이 늘어져 다리에 푸르거나 검붉은색 혈관이 꽈리처럼 부풀어 다리 피부를 통해 튀어나오는 일종의 혈관기형입니다.
남성보단 여성에게 많이 나타나며, 주로 오랬동안 서있는 사람이나 유전,호르몬·간경화·심장병이 있는 사람에게도 나타날 수 있는 질병이라고 합니다.

하지정맥류를 통해 나타나는 증상은 아래와 같습니다.

1. 다리에 꼬불꼬불하고 두꺼워진 정맥이 나타남.
2. 통증이 오며 다리가 붓고, 걷거나 오래 서 있을 때 다리가 무겁고 뻐근할 정도로 아프며,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붓고 피부 색깔이 갈색으로 변함.
3. 아무 증상 없이 혈관만 튀어나오는 경우도 있고, 심한 경우에는 복숭아뼈 주변 피부에 잘 낳지 않는 궤양이 나타남.


위의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조재진 선수의 경우는 그 증상이 좀 심해보입니다.
밤이 되면 얼마나 아프겠습니까. 체력 프로그램을 다 소화하고 나면 다리가 얼마나 무겁겠습니까.

당장이라도 수술을 받아야 하겠지만, 선수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여간 어려운 선택이 아닐 수 없을겁니다.
일단 수술을 받으면 최소 3개월은 훈련을 못받을테고 훈련을 못받는 동안 하체 근력이 약해져 하체 벨런스가 무너지게 됩니다.
근력 운동을 하면서 신체컨디션을 끌어올린다 하더라도, 회복훈련 동안 뛰지 못했던 실전 감각을 되돌리는건 또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겠죠.

간단한 수술이라 하더라도 최소 1년은 고생해야 되는거겠죠.
30대 초반만 하더라도 노장소리 듣는 운동선수에게 선수 기간 중 1년의 손실은 엄청난 고통일겁니다.
그걸 생각하면 조재진 선수를 평소 어떻게 생각하던 안쓰럽고 안타깝습니다.

허나, AzureBlue님이 작성하신 글에 달린 댓글들 중엔 상처가 난 곳을 후벼파는 듯한 글들이 있더군요.
"자기가 좋아서하는 거지 우리를 위해서 하는거냐."
"하지정맥류. 내가 아는건데 그거 별거 아니다. 오바하지마라."
"저런 정도 안아픈 선수들이 어딨냐"

도대체 평소에 어떤 교육을 받았길래 저런 말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나이 어린 애들의 말이니까 라고 이해하는 것도 어느정도의 수준이 있는건데 정말 어려도 너무 어리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건 월드컵이나 국가대표의 선전이 아니라 어린 아이들이 기본적인 인격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해야 하는 것일 겁니다.
지금 같은 마음으로는 때려서라도 가르쳐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