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과 영향

American Chopper

푸리아에 2006. 6. 4. 05:14

Discovery Channel 에서 꼭 챙겨보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American Chopper 라는 다큐멘터리인데 주문을 받으면 제작하는 수제작 바이크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단순한 내용입니다.

출연 인물에 대해 설명하자면,

Paul Teutul Sr.

Paul Teutul Jr.

Vinne

Mikey

Christian









1. Paul Teutul Sr.
  Orange County Choppers (이하 OCC) 설립자이자 사장. 성격이 불 같으며 근육의 소유자입니다.
   하지만 아들이 속 썩이면 가끔 우는 감수성 여린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귀여운 할아버지에요.

2. Paul Teutul Jr.
  Paul Teutul Sr.의 아들이며 전체적인 디자인과 제작을 합니다. OCC의 핵심 브레인이라 할 수 있죠.
   자유분방한 성격이며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해서 아버지와의 충돌이 잦습니다. -_-;
  그래도 금방 화해합니다.

3. Vinne
  Paul Teutul Jr.의 죽마고우이며 제작을 담당합니다. 근면성실하고 과묵한 편이죠.
   맨날 싸우는 Paul 부자 사이에 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눈치 보는 일을 주로 합니다. -_-

4. Mikey
  주로 컴퓨터를 통한 설계나 도안작성,웹사이트 관리 등을 합니다. 전화도 받구요.
  늦잠을 자주 자고 설렁설렁 일하는 것 같지만 자신이 맡은 일은 끝내주게 합니다. :)

5. Christian
  제작 의뢰를 한 고객과 필요한 모든 업무를 담당하지만 제작 일정을 못 맞출 것 같으면 제작을 돕기도 합니다.

이 사람들이 맨날 싸우고 장난치면서 만든 테마 바이크들 중 두개의 사진을 퍼왔습니다.
(테마 바이크란 어떤 회사나 단체, 사람에게 존경을 표하고자 제작된 모터사이클을 말합니다.)

Discovery Bike









I Robot Bike








완성품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질만 합니다.
NASA Bike 와 Stelth Bike 의 사진을 올리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 에피소드에 관한 사진은 없네요.

제가 American Chopper 를 즐겨보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가 부러워서 입니다.

1. 엔지니어를 존경하고 인정하는 문화

우리나라에선 엔지니어를 공돌이라 부르죠. 그들의 연봉은 낮고 힘이 들며 소모품 정도의 취급을 받습니다.
이때문에 많은 이공계 출신의 학생들이 다른 계열로 전과 하거나 졸업 후 자신들의 이상과 현실의 차이 때문에 괴리감을 느끼고 좌절합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게 어디 엔지니어들만의 문제로 국한될 수 있겠습니까만은 .. -_-)
전 정부에서 이공계 기 살리기 운운하면서 장학금 몇푼 쥐어주는 것 보단 이런식의 컨텐츠 제작 장려와 켐페인을 통해 일반인들이 엔지니어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데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누구나 성공할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이 하는 일에 만족하며 보람을 느끼는 만큼 노력할 수 있도록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요. 그런 점에서 American Chopper를 보며 느끼는 부러움은 한없이 크기만 합니다.

2. 일정에 쫓기더라도 5시만 되면 칼퇴근 하는 엔지니어들의 모습.

일정 자체를 5시 칼퇴근에 맞춰 짜는 일꾼들의 모습은 아름답기 그지 없습니다. ;ㅁ;
저역시 사업기획,웹기획을 하다보니 진행 프로젝트에 대한 일정을 짜야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 일정을 짤때마다 느끼는 것은 프로젝트 일정에 대한 사장과 직원의 시각차가 너무 크다는 것입니다.
쇼핑몰 하나 제작하는데 평균 3개월로 잡습니다. 기획과 디자인 2주~4주 + 프로그래밍 2개월 + 버그테스트.
이렇게 하다보면 제작은 일정에 맞춰서 진행 할 수 있지만 창조적인 아이디어는 찾아보기 힘들고 언제나 벤치마킹이라는 허울좋은 카피 기획으로 똑같은 기획,디자인이 나올 수 밖에 없고 일정과 업무에 짓눌린 프로그래머들의 소스엔 버그가 사이트를 가득 채우게 됩니다.
하지만 사장님들은 Amazon.com과 Google의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Yahoo.com의 안정성을 얘기하며 직원들을 나무랍니다. 도대체 너넨 왜 저런거 못만드냐며 화내십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만든 이른바 "빨리빨리 문화"는 개발은 빨리 됐을지 몰라도 업무의 질과 그에 따른 만족감은 현격히 떨어지는 결과로만 남게 되었습니다. 언제쯤 일이 즐겁다 라는 말을 곧이 곧대로 믿을 수 있는 날이 올까요?

3.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Discovery를 가진 나라의 힘.

우리나라의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은 90% 이상이 연예인에 관한 것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연예인이 안나오면 이젠 허전하기 까지 합니다.
제가 우리나라 쇼 프로그램 중 최고라고 생각하는 MBC 일요일 일요일밤에 에서 방영했던 신동엽의 러브하우스는 늘 연예인이 나오긴 했지만 그래도 건축 엔지니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렇지만 이것도 은근슬쩍 없어지고 연예인들이 나와서 바보같은 퀴즈나 맞춰대는 프로그램으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우리나라의 언론은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을 존경하고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사회 비리에만 촛점을 맞추고 월드컵이나 올림픽 시즌만 되면 광고수익을 올리려 다른 분야의 프로그램은 뒷전으로 밀려날 뿐이죠. 드라마 또한 언제나 남편은 바람피고 딸은 임신하고 잘살던 집안 망하고 여자 주인공들은 평생 살면서 구경도 못해본 학교 운동장 만한 집을 가진 남자한테 시집가는 내용만으로 방송됩니다.

그러니 언제나 국민들은 스포츠에 목을 맵니다. 축구에 별관심도 없는 사람들이 대한민국을 외칩니다.
우리나라 국가 대표팀이 다른 나라와 경기해서 이기면 그렇게들 좋아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걸보고 민족주의나 파시즘이라고 말하지만 제가 보기엔  단순히 자기만족입니다.
그냥 노력하면 다른 잘사는 나라 이길 수 있다는걸 보고 싶을 뿐인겁니다.
삶에서 만족을 느낄 수 없으니까 대리 만족이라도 느껴보고 싶은겁니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노력해도 인정받기 힘든 구조를 가졌기 때문에 대표적으로 인정받고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스포츠로 몰리는 것 뿐입니다.

우리도 하루 빨리 Discovery 같은 방송사를 가져야 합니다. American Chopper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됩니다.
어떤 분야에 속해있는 사람이던지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것이 인정받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었을 때 자신의 삶과 직업속에서 만족감을 느끼며 노력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게 대한민국의 경쟁력이 되고 국민 하나하나의 힘이 될 겁니다.

쓰다보니 많이 장황하고 두서없는 글이 되어버렸군요.
결론은 심심하신 분들은 American Chopper 가 재미있으니 보시라는 겁니다. -_-; (언제나 이상한 결론도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