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낙서/웃기는 비극

精神一到何事不成

푸리아에 2004. 6. 26. 01:31

날씨도 꾸물꾸물하고 되는 일도 없고 해서 우울해진 마음에 축 쳐진 어깨를 하고

집앞 놀이터 벤치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런 내 모습이 불쌍해보였는지 평소 놀이터에서 자주 뵙는 할아버지가 내옆에 앉으시며

말을 건네셨다.

 

"자네 .. 무슨 힘든일 있는가?"

 

젊다 못해 어린 놈이 어르신 앞에서 세상살기 힘들다고 말하기도 민망하고 해서

피던 담배 얼른 끄고 그냥 멋적은 웃음만 짓고 있었다.

 

"세상에 태어나서 사람들하고 같이 어울리며 살아가는건 누구나 힘든거라네 .."

 

역시 어르신들 눈엔 다 보이나보다.

 

"그래도 말야. 정신일도 하사불성 이라네. 내가 젊었을 땐 말야 ^@#$%@#^&@$*^$!#%$^%!*@%#~"

 

어르신의 파란만장한 라이프 스토리가 펼쳐지려는 찰나 난 그만 다른 생각이 들어버렸다.

 

정신일도 하사불성.

정신력을 한 곳에 집중시키면 어떤 일이라도 성취할 수 있다는 말.

 

하지만, 이 말을 만든 사람이 저 뜻으로 쓰이라고 만든 것일까? 하는 생각이 나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자동적으로 꾸며지는 나의 스토리.

 

한 선비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마을을 지나가고 있었다.

과거에 낙방하여 낙심하기도 하였고 오랜동안 길을 걸어온 터라 기진맥진 했던 선비는

축 늘어트린 어깨를 하고 밭 길을 터벅터벅 걸어가다 뭔가 중요한 말을

하고 있는듯 한 두 노인네를 발견했다.

 

'지나가는 손 이라고 말씀드리고 도움을 청하면 사랑채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겠지'

 

갑자기 힘이라도 솟은듯이 선비는 두 노인네에게 빠른 발걸음을 재촉했다.

두 노인네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그들이 하고 있던 대화가 들렸다.

 

"정신일도 하사불성이라네"

 

선비는 정신이 번쩍든다.

 

' 精神一到何事不成 ?

  그래. 내 비록 시험에 낙방하였다 해도 다시 정신을 모으고 열심히 공부에 정진한다면

  다음 과거엔 합격할 수 있을꺼야. '

 

선비는 자신에게 가르침을 준 노인네에게 마음속으로 감사하고 집으로 돌아간 뒤

열심히 공부하여 과거에 합격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깨달음을 준 말인 精神一到何事不成 을 백성들에게 알려

희망을 주었다.

 

그럼 두 노인네는 정말 精神一到何事不成 라는 뜻으로 정신일도 하사불성 이라고 하였을까.

 

두 노인네의 대화를 처음부터 살펴보자.

 

길에서 만난 노인네.

 

노인네1 : "어이~ 자네 어디 마실가는가?"

노인네2 : "아니여~ 그냥 집에 있기 답답해서 나온겨~"

노인네1 : "아참 근디. 나가 물어볼것이 하나 있는디~"

노인네2 : "뭔데 그려~?"

노인네1 : "저기 윗마을에 하사불이라는 놈 있잖여~

               그 놈이 나한티 지가 나보다 나이가 위니까 성(형의 사투리)이라고 부르라잖여~

               그 인간이 정말 나보다 나이가 많은겨?"

노인네2 : "글씨~ 근디 그라고보니 앞마을에 사는 정신일이 있잖여~

                그 정신일도 하사불성이라네~"

 

(정신일도 하사불성이라는 말만 들은 선비는 뒷말은 듣지도 않은채 환한 미소를 띄고

 황급히 집으로 향한다.)

 

노인네1 : "그럼 성이 맞나보네~ 나도 하사불성 이라고 불러야겠어~"

 

충분히 있을법한 스토리이지 않은가!!

이런 망상을 한 동안 할아버지의 라이프 스토리는 아직도 안끝났다.

 

"그래가지고설라무네~ ^@#$%@#^&@$*^$!#%$^%!*@%#~"

 

흘러간 인생 얘기에 완전히 자아도취 되버린 할아버지 때문에 망상을 끝내고도

20분이 지난 후에 풀려나긴 했지만 그래도 그 할아버지 덕분에 재미있었다.

 

물론 할아버지의 라이프 스토리는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