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낙서/웃기는 비극

어린 왕자. 그는 누구일까?

푸리아에 2006. 7. 3. 16:30

1. 어린 왕자. 쎙 떽쥐베리를 만나다.

"양 한마리를 그려줘." 어린 왕자가 말했다.
나는 모터의 분해를 서둘러야 했으므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여기 있는 이 그림을 되는 대로 끄적거려 놓고는 한마디 툭 던졌다.
"이건 상자야. 네가 원하는 양은 그 안에 있어."
그러자 나의 어린 심판관의 얼굴이 환히 밝아지는 걸 보고 나는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게 바로 내가 원하던 거야! 이 양에게 풀을 많이 주어야 해?"
"왜 그런 걸 묻지?"
"내가 사는 곳은 아주 작거든....."
"거기 있는 걸로 아마 충분할 거다. 네게 준 건 아주 작은 양이니까."
그는 고개를 숙여 그림을 들여다보았다.
"그다지 작지도 않은걸. 어머! 잠들었네....."

어린왕자. 슬랩스틱 코메디에 재능을 보이다.

2. 어린 왕자. 사막을 떠돌던 중 여우를 만나다.

여우는 입을 다물고 어린 왕자를 오래오래 쳐다보더니,
"부탁이야..... 나를 길들여 줘!" 하고 말했다.
"그래, 나도 그러고 싶어." 어린 왕자는 대답했다.

어린 왕자. SM에 눈뜨다.

3. 어린 왕자. 장사꾼을 만나다.

"안녕." 어린 왕자가 말했다.
"안녕." 장사꾼이 말했다.
그는 목마름을 가라앉혀 주는 새로 나온 알약을 파는 사람이었다. 일주일에 한 알씩 먹으면 마시고 싶은 욕망을 영영 느끼지 않게 되는 약이었다.
"왜 그걸 팔아?"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건 시간을 굉장히 절약하게 해주거든. 전문가들이 계산을 해보았어. 매주 오십 삼 분씩 절약하게 되는 거야." 장사꾼이 말했다.
"그 오십 삼 분으로 뭘 하지?"
"하고 싶은 걸 하지....."
(만일 나에게 마음대로 사용할 오십 삼 분이 있다면 샘을 향해 천천히 걸어갈 텐데.....)하고 어린 왕자는 생각했다.

어린 왕자. 그는 할 일 없고 시간 많은 백수다.

4. 결론.

어린 왕자는 백수에다 새디스트지만 슬랩스틱 코메디에 재능을 가진 외계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