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낙서/웃기는 비극

어떤 노부부의 이야기.

푸리아에 2005. 6. 21. 03:07

호주의 농장에서 일할 때 있었던 일화입니다.

하루는 농장에서 알게된 친구들과 같이 중국집에 갔었습니다.

고단한 하루였던터라 밥 해먹기도 귀찮았고 기름기 있는 음식으로 몸보신도 할겸 찾아갔었죠.

 

주문을 하고 음식을 기다리다 무심코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한 노부부가 손을 꼭 잡고 길을 건너 오시더군요.

그 모습이 낯설지만 참 아름다워보였습니다.

 

우리네 어르신들은 어디 같이 외출하실 때면 할아버지는 저~어~ 앞쪽에 가시고 할머니는 한참이나 뒤쳐진채 종종 걸음으로 쫓아가시잖아요.

그러다 할아버지는 가끔씩 뒤돌아보시면서 빨리 오라고 재촉하시고, 할머니는 천천히좀 가라며 화를 내시는 흔히 보아오던 모습이 생각나데요.

그런 까닭에 혼자 피식 거리며 웃고 있었는데 노부부가 중국집 안으로 들어오셨어요.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앉기 편하시도록 의자를 뒤로 빼주시고 앉으실 때 쯤 의자를 밀어주시더군요.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래서 우리나라 여자들이 외국 남자들이 매너가 좋다고 얘기 하나보다' 라는 생각도 들고 우리 부모님도 조금더 나이가 드시면 저렇게 서로 아껴주면서 인생을 보내시면 좋겠다 라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그래서 한국에 돌아와서 누나하고 호주얘기를 하다가 위의 얘기를 했어요.

이런 분들이 있었고 나도 저렇게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이죠.

 

그랬더니 누나가 조용히 그러더군요.

 

 

 

 

 

 

 

 

 

...... 불륜일껄? -_-

 

 

 

 

 

 

 

 

 

도대체 어떻게 저런 결론이 나오는 걸까요. -_-;;;;

 

전 당연히 인정할 수 없었죠.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저런 결론에 도달할 수는 없잖아요.

누나는 인정할 수 없다는 저를 보고 설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나이 들어서 몇십년을 같이 산 사람들이 끝까지 그런 매너를 지키는 경우가 어딨냐?

그 사람들은 분명 불륜이거나 독거노인분들끼리 만남을 갖는걸꺼야.

 

흠. 그럴듯 하긴 합니다.

상황이 이쯤되자 저도 모르게 그분들이 진짜 불륜일까? 하는 의심을 갖게 되버리더군요 -_-;

누나는 그렇게 동생의 순수한 마음을 간단하게 짓밟아버리고 바꿔놓았습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