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후기/영화

아라한 장풍 대작전

푸리아에 2004. 8. 27. 14:48


우리나라영화계에서 무협/환타지 영화제작중 이라는 뉴스를 볼때마다 내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지며 '이거 또 이상한 영화 나오는거 아니야?' 라고 생각하게 되는건 분명 퇴마록 때문일거다.


원작을 감명깊게 보고 영화화 되었다는 소식에 한껏 기대하고 극장을 찾았던 어린 녀석의 가슴엔 감독에 대한 원망의 피멍이 들며 '한국영화 짜증나!'라는 주화입마 상태에 빠지게 될 정도로 개판으로 만들었었다.

(그런 시행착오 끝에 좋은 영화가 나온다는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또 중요한 과정이라는것에

동의한다. 하지만 그건 시행착오 정도의 수준이 아니었다는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_-)


그래서 아라한 장풍대작전을 보기 전에도 역시나 상당한 긴장감이 들었었다.

무협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설정과 소재였기에 찬사보단 야유가 나올 수 있는 확률이 더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는 끝나기 전엔 모르는거고 영화도 보기전엔 섣부른 판단은 금물인가보다.


결과적으로 난 이 영화에 만족한다.


CG도 마음에 들고 한층 세련되어진 액션의 합에도 만족하고

정두홍이라는 카리스마 있는 액션감독이 영화속 캐릭터를 맡은 전면배치도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만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여러 장점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건 우리의 문화를 담고 있다는것이었다.


우리 영화가 세계영화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고 있는 소위 잘나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우리의 영화가 세계인들에게 보여주는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특이한 소재와 좋은 연출, 배우들의 열연은 보여줬지만 대한민국의 문화는 보여주지 못했다.

임권택 감독 혼자 고군분투 하였지만 한 사람의 명감독에게만 이 짐을 짊어지게 하는것은 너무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문화를 담아내며 상업성과 작품성까지 두루 갖추기엔 내공이 상당해야 하기 때문에

임권택 감독 정도의 레벨과 연륜이 되지 않으면 힘들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박찬욱,류승완,이창동,장준환 감독정도라면 이런 기대를 충분히 걸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화라고 해서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

그저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들. 그 속에서 우리가 느끼고 있는 것들.

우리에게 닥쳐있는 현실과 여러 관계속에서 우리가 희망이라 생각하며 놓지 않고 있는 그 끈들.

이런것들을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영화감독의 시선을 세계인들에게 보여준다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가장 쉽게 이해하고 동경할 수 있는 효과적이고 궁극적인 미디어가 아닐까.


아라한에서는 우리가 보면서도 신기해 했던 풍경들을 생활속 깨닫지 못한 도인들이라는

웃음나오게 하는 멘트로 자연스럽게 우리의 문화를 보여준다.

(무거운 짐을 머리에 이고 균형감각만으로 활보하는 우리네 어머니들의 모습 같은거 말이다.)


난 이것이 이 영화의 가장 소중하고 발전 가능성 있는 모습이었다고 본다.


[+]

아라치로 나왔던 윤소이의 외모는 캐릭터에 상당히 잘 어울렸으나 연기는 영 아니었다.

김래원이랑 디지털프라자에 돌아다니는 것도 좋지만 그 시간에 연기공부에 몰두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