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후기/영화

주먹이 운다.

푸리아에 2005. 6. 20. 17:30


한마디로 야부키 죠 vs 조지포먼 의 대결 같았습니다.


예전 일본만화인 '내일의 죠'를 보기 전까지 전 권투란 그저 치고 받기만 하는 잔인한 스포츠 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내용의 마지막 부분인 야부키 죠가 링위에서 하얗게 불태우는 모습을 보고 상당히 감동적인 스포츠가 될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으로 바뀌었죠.


주먹이 운다는 .. 특히, 극중 류승범의 캐릭터는 어찌보면 내일의 죠와 상당히 유사한 부분이 있는것 같습니다.

가난한 삶. 꿈이란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동네 양아치.

그저 싸움질과 범죄로 삶을 보내는 안타까운 인물이죠.


이와 반대로 극중 최민식의 캐릭터는 이미 성공을 했지만 자기 관리 실패와 현실의 벽 때문에 꿈을 잃어버린 .. 좀 냉정하게 본다면 꿈을 버린 캐릭터입니다.

영화속에서도 나오지만 조지포먼과 비슷한 캐릭터 입니다.


방황하던 두 남자가 권투를 바라보면서 다시 인생은 바뀌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감독이 바라보는 우리나라 권투계의 현실과 꿈. 그리고 그 스포츠가 얼마나 힘든것인지를 쓸데없는 기름기를 쫙 빼고 사실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리고 꿈을 다시 찾은 두 사람이 신인왕전이라는 타이틀에서 마주쳤을 때 이미 승패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꿈을 향해 뛰는 사람이 얼마나 즐거운지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받을 수 있는지 관객에게 느끼게 해줄 수 있는 장면이 펼쳐지죠.

그래서 마지막 장면에서 승패를 나눴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승패따위가 중요했다면 무승부라는 얄팍한 결과를 내놨을테니까요.


호주에서 몇편의 한국영화를 보면서 전 우려를 많이 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영화붐을 이용해 말도 안되는 영화가 너무 많이 나오는것은 아닌가 하구요.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우려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있는듯 합니다.

좋은 감독도 많다구요. ^_^